어려움을 말씀하시지 않으면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? 전 선생님을 처음 봤어요. 선생님께도 친척이나 친구 형제가 있을 거에요. 참견해서 죄송해요. 가족 문제이거나 금전 문제겠죠. 뭐든간에 잘 생각하면 해결책이 있을 거에요. 말씀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선생님을 돕지 못해요. 누구나 살다보면 어려움에 처하게 되죠.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이런 방법을 쓴다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요. 그렇지 않나요? 아무도 없을 거라구요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해요.


난 알아요. 돌아가는 길이지만 편하고 아름다워요. 난 이 사막에서 35년 간을 갇혀 살았어요.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리죠. 내가 결혼한 직후였어요. 온갖 어려움이 산적해 있었죠 난 너무 지쳐 끝장을 보기로 마음 먹었어요. 어느날 아침 새벽동이 트기 전에 차에 밧줄을 실었어요 난 자살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죠. 난 미아네를 향해 출발했어요.


그때가 1960년이었죠. 난 뽕나무 농장에 도착했어요. 그곳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해가 뜨지 않았죠. 난 나무에 밧줄을 던졌지만 걸리지가 않았어요. 계속해서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어요. 그래서 난 나무 위로 올라가 밧줄을 단단히 동여 맸어요. 그때 내 손에 뭔가 부드러운게 만져졌어요.


체리였죠 탐스럽게 익은 체리였어요. 전 그걸 하나 먹었죠. 과즙이 가득한 체리였어요. 그리곤 두개, 세 개를 먹었어요. 그때 산등성이에 태양이 떠올랐어요 정말 장엄한 광경이었죠. 그리곤 갑자기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어요. 그 애들은 가다 말고 서서 날 쳐다 보더니 나무를 흔들어 달라고 했어요 체리가 떨어지자 애들이 주워 먹었죠 전 행복감을 느꼈어요. 그리곤 체리를 주워 집으로 향했어요 아내는 그때까지도 자고 있더군요. 잠에서 깨어나 그녀도 체리를 먹었어요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. 난 자살을 하러 떠났지만 체리를 갖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체리 덕분에 생명을 구한 거죠 체리가 내 생명을 구했어요.


아뇨, 그게 아니에요. 내가 변한 거죠 나중엔 나아졌지만 실은 내 마음이 변한 거에요. 기분이 좋아진 거죠. 세상 사람 누구나 고민거리는 있어요. 세상이 그런 거에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. 문제가 없는 가정은 하나도 없어요 당신의 고민이 뭔지 모르겠지만 안다면 훨씬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에요. 의사를 찾아갈 때도 증상을 설명하는 법이잖소.


실례지만 혹시 터키인이 아니시오? 재밌는 얘길 하나 하지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. 터키 사람 하나가 의사를 만나러 갔어요, 그리곤 말하길 손가락으로 내 몸을 만지면 몹시 아파요. 머리를 만져도 아프고 다리를 만져도 아프고 배를 만져도 손을 만져도 아파요. 의사는 자세히 진찰을 한 후 이렇게 말했어요.

“몸은 괜찮은데 손가락이 부러졌군요”

이봐요, 젊은이. 자넨 마음이 병들었어요. 다른 덴 문제가 없어요. 생각을 바꿔봐요 난 자살을 하려고 집을 나왔지만 체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요.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체리 한 개가…세상은 생각하고 많이 다르다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죠. 낙관적으로 생각해요!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봐요 당신은 지금 한창때요. 사소한 문제 때문에 자살을 하려는 거에요. 단 하나의 문제 때문에 인생은 앞으로 달리는 기차와 같은 거라오. 그러다 종착역에 도착하지. 종착역엔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요 물론 죽음이 해결책일 수도 있죠 허나 젊을 땐 그렇지 않아.
자갈길로 오자고 해서 미안하오. 어떤 것이 좋은 것이라 알았는데 들렸을 수가 있죠. 중요한 건 열심히 생각하는 거요. 지금은 옳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는 수가 있죠. 내가 숨을 좀 쉴 수 있게 말을 좀 해요. 난 너무 많은 말을 했어요 전부 다 말한 것 같아 내내 나 혼자 떠들었군 무슨 말이든 해요.


얘길 하지 않겠다면 내가 좀 더 하겠소. 당신이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겠어요. 모든 희망을 잃었나요?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지 않나요? 새벽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나요? 석양에 붉게 노을지는 하늘 그런 것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가요? 달을 본 적이 있나요? 별을 보고 싶지 않아요? 보름달이 뜨는 달밤 그걸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? 눈을 감고 싶은가요? 제발 생각을 바꿔요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서둘러 죽고 싶어 안달이라니! 솟아 오르는 샘물을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나요?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나요?


사계절을 생각해봐요. 계절마다 색색가지 과일이 있죠. 여름 과일이 있고 가을 과일이 있어요. 겨울엔 또 다른 과일이 나오고 봄도 마찬가지에요. 아무리 훌륭한 엄마도 그렇게 갖가지 과일을 준비하진 못해요. 어떤 엄마도 그렇게 잘하진 못해요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온갖 과일을 내려 주셨어요 그걸 거부할 수 있어요? 전부 포기하고 싶은가요? 체리 맛을 포기하고 싶어요? 그러지 말아요 친구로서 이렇게 부탁합니다.


내리기 전에 터키 노래를 하나 들려 드리겠어요 노랫말은 이렇다오.

‘내 사랑 난 날라가니 날 보러 오세요’ ‘난 친구의 정원에 있어요 날 보러 와요’ ‘과거의 행복에 비해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, 날 보러와요’


말해봐요 우린 거의 모르는 사이지만 당신이 가도 난 친구이며 당신이 남아도 난 친구요 어떤 경우에든 난 당신의 친구요 있어도 당신의 친구이고 떠나도 난 당신 친구일 거요.


체리향기(The taste of Cherry,1997,압바스 키아로스타미)